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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ry

핑계따윈 필요없어

by 멋진그놈 2008. 12. 10.

학년이 올라간다는 것은 단순히 늙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키마가 쌓이고 노하우가 생긴다.

오전 시간에 책을 한번 훌터보고는 C교수님과 식사 약속으로 많이 못봤는데...
다행히 모든 문제에 다 채워넣었다.
L교수님의 기준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실 건축론은 재이수다.
2006년 2학기 기말 쯤에 지금보다 몸이 좀 더 아팠고,
기말고사를 본다는 것 자체가 좀 힘들다는 핑계로 중간고사로 대체해 달라고 부탁드렸었다.
당시에는 L교수님의 해외 파견으로 다른 강사분이 강의하셨는데 꽤 인간미 넘치는 분이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중간고사를 대충 잘봐두었다는 안도감과 그 강사분이라면 허락해 줄거라는
그리고 난 아프니까.... 라는 자기 합리화한  내 비겁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
공부하기에는 부담이 되고, 적당히 동정심을 이용해서 최하점보다는 적당히 넘어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아니 그랬다.

결국 그 학기부터 우리 과가 상대평가로 전환되어 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나는 당연히
최하점을 받게되었고, 그게 다행이었다고 생각이든다.
아프다는 건 죄가 아니지만... 절대 장점이 될 수 없다.
지금 죽지 않는다면, 내일을 위해 해야 할 것들은 반드시 해야하고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

그 학기 때에 건축론 말고도 다른 몇가지 일로
세상은 봐주는 것이 아니고, 회피식의 대응은 마음이 편치 않다는 걸 알았다.
스스로도 아프다는 핑계 따위는 잊으려 노력한다.
사실 아프다는 점을 핑계로 삼는 것과 인정하는 것 사이에서 많은 혼란이 생긴다.

처음 퇴원고 나올 때에는, 매운 김치한 조각, 소화가 좀 안된다는 기름진 음식들
한입 먹기가 조금 망설여지는 도전이었다.
내 인생은 정말 특별히 남들과는 달라지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었는데...

지금은 스스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1년동안 남들보다 2번 더 설계 과목을 들으며 밤을 지새고,
아침에 화장실서 끙끙거려도 밤에는 클럽에 가 남들보다 더 잘 놀수 있는
대범함이 생겼지 않은가.

남들이 생각하면 웃을지 모르지만 난치성의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잘안다.
한번 두번 재발하고 좌절하다보면 어떤 것들은 시도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일 때도 있다.
아무튼 그 때보다 강해졌지 않나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나약한 인간이지만...

오늘 건축론 셤 시간에 감독하는 대학원 형이 물었다
"넌 왜 재이수 하냐?"
"기말고사를 안봐서요"라고 살짝 멋쩍은 웃음을 지어주었다.
가끔 제멋대로인 철없는 자식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동정심보다는 낫지 않을까?

솔직히 아직 떳떳하게 나의 아픔을 말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은 없다.
다시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겠고, 결혼도 모르겠다.

좀 더 노력해야하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몇알의 알약보다 정신을 가다듬는 한번의 호흡이 나에게는 힘이 되니까.





티스토리를 쓴지 몇일만에 방문수가 올라가는게 신기하다 누군가가 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