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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ry

사이비 기독교 신앙의 원형론적 마인드

by 멋진그놈 2008. 12. 31.

요즘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 중이시라 몸이 가볍다
미련하게 좀 더 버티다 먹을 걸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 복용을 시작했으니....
그 동안은 삶을 좀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하다.
마법같은 효과에 홀릴 정도로 매력적인 약이지만, 의존성과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 악마같은 놈이니...
달갑지는 않지만, 먹는 동안은 몸상태를 책임져 주니까 좀 즐겨야 억울하지 않지.

최근 몇년간 근이를 알게 되어 이동반경이 많이 넓어진 것에 대해서는 근이에게 고맙다.
어리지만 어리지 않은 녀석이다. 나이 따위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진 나로서는 근이가 종종
형같이 느껴질 정도니... 아무튼 괜찮고 나한테 고마운 녀석이다.

요 전주 크리스마스에는 대천에 함께 가고, 부산도 휙하니 다녀오기도 하고, 어제는 신원사를 돌아보기도 하고,
나 혼자만으로는 불가능한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고, 많은 걸 보여주고, 많은 걸 느끼고.. 또 즐길 수 있었다.

대천의 칼바람 속에서 카메라에 잡아낸 빛내림과
굴곡진 부산길을 드라이브 하고 남포동 번화가를 내 동네처럼 누비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어제 설경 속 신원사의 자태의 소담스러움은 무엇보다 감동스러울 정도 였다.

나는 기독교다. 내 멋데로 생각하고 해석하고 예수님을 받아드리고
원망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는 그런 사이비 같은 신도지만, 그리도 난 예수님을 사랑하는 기독교다.
술도 마시고, 순결이란 게 몸보다 정신이라고 우기고, 욕도 하고 사람도 미워하니... 개독이라 욕할지라도..

어릴 적부터 기독교 울타리에서 자란 내가 절에서 평온함을 느끼는 것을 보면...
우리 몸 뿌리에는 종교를 떠나 불교권 문화의 피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다.
교회는 이렇게 평온할 수 없을까? 청아한 자태와 소담스런 미덕의 감동이 있길 바란다.
이웃과 사랑, 형제와의 교리, 소통을 외치면서....

교회 밖과 안을 이분하고 안에서는 소란스럽고 밖으로는 폐쇄적인 모습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 그런 걸까?
어제 본 신원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었고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으로 지그시 바라 봐 주는 느낌이었다.

요즘 영화 속 철학이야기라는 교양 수업을 듣고 있는데, 돌아이 같은 교수에게서도
원형론적인 사고에 대한 생각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사실 지금도 강의 시간 중이지만... 싱글즈는 이미 3번쯤 봤던 영화고....

아무튼 신원사 설경 속에 묻혀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 가르고 나누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만 그렇게 살았던 것인가?
언제부터인가 난 가끔 사람을 바라볼 때, 나와 친해질 사람과 거리가 생길 사람을 구분하여 시작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가진 것이 없기에 생각은 자유롭고 편견없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미 편견과 가식에 갇혀 사는 편협한 놈인것도 같다.
신원사를 나오는 길에  절 밖으로 조근조근 걸어나오시는 수녀님의 단아한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교와 천주교라는 울타리를 버리니...
절의 단아함과 수녀님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하나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연스러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싶다.

하루를 지내다보면, 내 종교는 이러니까. 나는 이러니까라는 금을 긋고 생각하고
자연스러움을 거부하며 다름을 인식하려 한다.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테두리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테두리가 울타리가 되고 담이 될 때가 있다.
금기가 아닌 단순한 금일 수 있는 일들.....

사이비 기독교 신앙의 나와 정갈한 신원사와 단아하게 걸어나오는 수녀님이 한 곳에 모였던 것처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우리는 모두 원이 될 수 있다.